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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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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상당 한우세트] 으니으니 [블로그]

|관리자

|2021-12-06

|908

이제 서서히 불러 오는 배를 부여잡고 첫째 아이를 손을 잡고 또 둘째 아이는 업고 병원에 다녀오니 
옆집 아주머니가 “쭌이 엄마!“ 하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주머니가 전해 주신 장바구니엔 묵직한 아직 식지 않은 무언가의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저는 알 수 있었지요.
아버지가 끓여 주신 한우족탕이라는 것을요.
아버지는 오늘도 임신한 큰 딸 아이에게 줄 우족탕을 끓이시느라 
작은 과일가게 구석 가스레인지 앞에서 몇 시간을 서성 거리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짧은 점심시간마저 버려두시고 우족탕을 전해 주시려고 고물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황급히 돌아 가셨음을 아무리 못난 딸이지만 모를 리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겨울이 오거나 동생이나 내가 기운이 없을 때면 아버지는 우족탕을 끓여 주셨지요.
“퍼뜩 묵거래이! 한우로 낋인기라 맛도 영양가도 있을기니께 후루룩 밥도 말아 묵으래이!”
가난했던 시절.
한우족탕이야 말로 아버지가 우리 남매에게 주시는 최고로 영양가 있던 반찬이자 가끔만 먹을 수 있던 별미였습니다.
한우족탕과 함께 어쩌다 소고기 수육이라도 있는 날이면 우리 남매는 환호성까지 지르며 행복해 하고는 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 둘 키운다는 변명으로 아버지 용돈 한번 제때 드리지 못하는 딸이 덜컥 셋째를 가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주변의 축하보다는 눈총이 따가워 한동안은 너무도 우울하기 까지 했습니다.
두 아이들 키우느라 벌써 등이 휘는데 셋째까지 낳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저를 위로해 주는 건 오직 하나.
바로 당신이 끓여다 주시는 깊고 진한 한우족탕입니다.
“ 니는 아무 염려 말고 이거나 묵어라! 니들도 부족한 아버지 아래서 이리 잘 자라났는디 벌써 무슨 걱정을 하느냐...”
아버지의.
세상 그 무엇보다 맛나는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한우족탕을 한 입 한입 먹고 있자면
세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으리란 왠지 모를 자신이 생기고는 합니다.

제 먹을 것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이제는 틀린 말이 되어 버린 시대인지는 몰라도
딸을 위해 맛있는 한우를 정성스레 수십년을 고아 주신 아버지처럼
온 마음과 사랑을 다 해 키운다면 풍족하지는 못하여도 우리 세 아이 사랑과 행복을 아는 아이들로 잘 자라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직 뜨끈한 한우족탕을 그득히 담아 감기 기운이 있는 두 아이에게 먹입니다. 
엄마를 닮아 그런지 한우족탕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뿌듯하기만 합니다.
“이거 할부지가 오래 오래 끓여서 주신거야! 꼭 다 먹고 감기도 나아야 해!!”
그리고 뱃속에 한 아이를 품은 저도 뜨겁고 진한 한우국물을 밥에 말아 먹습니다.

아프던 날에도 기쁘던 날에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던 날에도 제 곁을 지켜 주었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한우족탕!
셋째 낳고 몸 좀 추스르면 저도 아버지께 한 가득 끓여 드리고 싶습니다.
고기도 맛있지만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우리 한우.
그 한우를 오랫동안 푹 끓인 아버지의 한우족탕은 아버지의 깊고 진한 사랑과 같은 맛이 납니다...
 
#한우#한우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