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6년여간 더 회사생활을 했다.
야근을 밥먹듯 해야했고, 밤 10시 넘어서의 퇴근도 다반사였다.
집에 오면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함에 대한 보상 심리로 아이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았다.
이유식기에는 한우 안심만, 좀 큰 이후로는 일등급 한우 등심만 구워줬다.
하지만 2.6kg로 비교적 작게 태어났던 아이는 좀처럼 잘 먹지 않고 늘 빼빼 말라있었다.
밥 한 숟갈만, 고기 한 점만 더 먹어보자고 설득해도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업황이 나빠져 회사를 그만두게 된 후, 처음으로 아이와 종일 붙어있게 되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먹는 아이인 줄 처음 알았다.
그동안 아이는 음식이 고팠던 것이 아니라, 엄마가 고팠던 것이다.
퇴근한 엄마랑 일분일초라도 더 함께 노는 게 중요했지, 먹는 건 안중에 없었나보다.
엄마에 대한 허기가 충분히 채워지고 나니, 그제야 음식 맛있는 줄도 알게 되고
그 중에서도 고기 맛을 터득하더라. 살이 통통하게 붙기 시작했고 부쩍부쩍 잘도 컸다.
이젠 툭하면 한우 등심을 사달라는데, 비싸서 안된다고 하면서
예전에 아이한테 고기 한 점만 더 먹어보라고 애원하던 기억에 피식 웃음이 난다.
가능하다면, 세상에 음식에 배고픈 아이들도 애정에 배고픈 아이들도 없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한우도 자주 먹고 엄마아빠의 사랑도 듬뿍 먹으며 크면 좋겠다.
#한우#한우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