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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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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신세계상품권] soonok Jung [페이스북]

|관리자

|2021-12-06

|773

“음, 역시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최고야. 먹고 또 먹어도 돼죠? 잘, 먹겠습니다.“
“후후, 그래. 많이 먹으렴. 생일 축하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진 식탁이 주는 만족감에 큰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데 엄마 미역국이 이렇게 구수하고 깊은 맛의 비결이 뭐죠? 엄마만의 비법이 있어요?“
미역국을 먹던 작은 아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비법이 있긴 있지. 그게 바로 재료가 좋아야 한다는 거야. 특히 한우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넣고 끓이는 거야. 
나중에 덩어리 고기를 손으로 잘게 찢어서 고명으로 올리면 좋고.“
“ 그 양지머리 고기를 내가 사왔다는 걸 기억하렴. 허허허.......”
갑작스러운 남편의 말에 우리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문득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한 순간이 뭉툭함으로 툭 튀어 올랐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투박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막내였던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셨다.
자식 넷을 키우느라 명절 단 하루 외에는 늘 구둣방에서 구두를 만들었던 아버지. 
그렇게 넉넉지 않은 날을 보내다보니 소고기를 먹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명절이나 기일, 식구들의 생일은 소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먹을 수 있어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소고기만큼은 아버지 몫으로 때가 다가오면 아버지 손에는 신문지로 두툼한 소고기를 겹으로 싼 뭉치가 들려 있었다.
그런 날은 부엌의 석유곤로에 커다란 곰솥이 놓여졌고 솥에서는 한동안 구수한 소고기 냄새를 품은 하얀 김을 내뿜었고, 
오고갈 때마다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반면 밥을 먹을 때 아버지와 오빠의 국그릇에 올려진 고기 양은 내 것보다 훨씬 많아 나는 밥을 먹는 내내 입을 삐죽이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우리 막내 많이 먹고 어서 자라야지.”
지금도 기억난다. 아버지 생일날, 당신의 미역국 그릇 위에 수북이 올려있던 고기를 내 그릇으로 덜어주던 아버지의 묵묵한 손길이.......
그 후로 세월이 흘러 자식의 자리에서 벗어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자리에 서고 보니 고단했을 아버지의 삶을 다독이게 된다. 
그리고 나도 엄마의 손맛을 닮아 소고기를 넣은 국을 끓일 때면 한우를, 양지머리 덩어리를 고집하고 있다. 
거기에 아버지의 손길을 닮아 아이들에게 사랑을 더해주고 있다.
“생일 축하해.”
우리는 미역국을 먹으며 맛있는 즐거움을 함께 했다. 환한 웃음으로.......
 
#한우#한우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