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이다.
마치 모자 같은 둥근 판에 규칙적으로 틈이 있는 불판위에 고기와 야채가 어우러져
자작하게 익어가는 불고기는 한 입 먹으면 부드러운 육즙이 입안에 가득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렇게 불고기를 가장 좋아하게 된 때는 어렸을 때부터였다.
까까머리로 거침없었던 그 때.
3남2녀의 막내였던 나는 교과서는 물론 내복까지 물려입어야 하는 불만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내리사랑처럼 저절로 내려오는 이점도 있었다.
작은 몸집에 무척이나 바지런했던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공부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해주셨다.
거기에 큰형은 동네에서 손꼽히는 수재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더불어 우리들에게도 넘지 못할 산처럼 컸다.
엄마는 우리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나서 100점을 맞으면 불고기를 해주셨는데
형은 늘 맛있는 불고기를 먹었고 나는 그 곁에서 불고기 한 점을 얻어먹기 위해 웃음을 전하며 심부름을 했다.
그러다가 나도 형처럼 불고기를 많이 먹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결국에는 나도 100점을 맞는 놀라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 때의 뿌듯함이란.
이제 어머니는 형님과 함께 지내고 계신다.
“한우를 먹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니도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묵직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내가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것처럼 이제는 내가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한우 불고기를 먹어야겠다.
어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며.
#한우#한우사랑